당근마켓이 보여준 ‘UI 저작권 침해' 모범 대응법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강정규님의 기고입니다.
2019년 7월, 당근마켓이
‘유저 인터페이스(UI)’ 표절 논란을
제기했습니다.
베트남에서 출시된 라인의
중고마켓 앱 ‘겟잇’이
UI를 표절했다는 주장인데요.
앱 구성, 디자인, 홍보 설명문구까지
유사하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참조 – 당근마켓, 네이버 라인 출시 앱 표절 의혹 제기)
이후 겟잇이 UI를 일부 변경했고,
당근마켓은 소송을 진행하지 않는 형태로
마무리됐는데요.
이 사건은 스타트업 업계에
잠재적인 지식재산권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리고 당근마켓의 대응은
사후약방문이긴 하지만
상당히 모범적이었습니다.
당근마켓 사례를
제대로 보려면
먼저 ‘디자인’과 ‘저작물’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UI는 ‘앱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때
나타나는 이미지, 디자인, 논리구조’
전체를 의미합니다.
고객과 직접 만나는 부분이다 보니
서비스의 이미지를 좌우하기 때문에
저마다 특색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죠.
일반적으로 UI에는
3가지 지식재산권이
적용됩니다.
첫 번째, 앱을 구성하는 소프트웨어 또는
앱을 구성하는 이미지, 콘텐츠 등의
‘저작권’입니다.
두 번째, 앱 디자인에 대한
‘디자인권’입니다.
세 번째, 사업모델에 대한
비즈니스모델 ‘특허권’입니다.
당근마켓의 경우를 볼까요?
먼저 당근마켓 같은 물품거래 앱에서는
저작권을 활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미지가 거의 유사할 가능성이 높고,
물품 이미지가 많이 활용될 테니까요.
‘중고거래’라는 비즈니스 방식만으로
비즈니스 특허 등록도 어렵죠.
독특한 결제 모델이나 결합 사업모델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비즈니스모델 특허권을
등록하지 않았을 겁니다.
남은 건 디자인권인데요.
앱 UI의 독특한 구성, 디자인은
디자인 등록을 통해
보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참조 – 대표님, 왜 UX, UI를 출원하지 않으시나요?)
너무나 유명한 구글의 첫 검색 화면도
미국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듭니다.
“‘디자인’과 ‘미술저작물’이
다른가요?”
디자인보호법의 보호대상은
‘공업성이 있는 창작 디자인’입니다.
‘물품성’, 즉 ‘공업생산(대량생산)’이
가능한 물품에 적용되는
시각 형태의 물품 ‘결합’ 이미지(도안)입니다.
반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죠.
저작물(특히 응용미술저작물)은
좀 더 엄격한 의미의 창작성이 요구되며,
무엇보다 대량생산이 아닌
‘단일품(일품성)’이어야 합니다.
물품과 ‘분리’되어야 한다는 점이
디자인과 특히 다르죠.
위에서 본 구글 UI를 다시 볼까요?
저작물로 보기에는 창작성이 부족하지만,
검색 소프트웨어(물품)와 결부된
‘디자인’으로서는 보호받을 여지가 있기에
디자인 등록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디자인이
모두 인정받는 건 아닙니다.
기존 디자인과 다른 새로운 디자인을
발표 후 6개월 전에 등록해야 하고(신규성),
대량생산이 가능한 물품(공업상 이용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복제도
‘대량생산’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당근마켓은 출시 후
UI를 디자인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디자인권 보호대상이 아니죠.
이런 상황에서 당근마켓은
자사와 유사한 앱 서비스가
출시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당근마켓이 UI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사건이 시작됐습니다.
UI의 ‘디자인권’이 아닌
‘저작권’ 침해 주장이
가능할까요?
디자인권과 저작권,
디자인과 응용미술저작물은
일견 비슷해 보입니다.
전문가들도 둘 사이에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죠.
뛰어난 산업디자인은
예술창작물과 흡사한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참조 – ‘가전, 작품이 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저작물은
창작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UI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표현 양식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고
법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법원이 UI를 어떻게 보는지
전형적인 사례를 한 번 보시죠.
특허 검색DB 서비스를 제공하는
‘윕스’와 ‘워트인텔리전스’의
UI 무단차용 소송 결과입니다.
2018년, 윕스에서
워트인텔리전스의 서비스 ‘키워트’가
자사의 UI를 무단차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참조 – 국내 첫 특허DB 소송 1차전… ‘키워트(keywert)’가 이겼다.)
“윕스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
5개 서비스에 대해서도
동종의 특허 정보 검색서비스 업체들이
제공하는 기능들이며,
일반적이고 흔한 배치 방법들에 해당하여
작성자의 창조적 표현형식으로 볼 수 없다”
다른 기술 서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UI라면
‘창조적 표현방식’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UI 저작권이 인정된 사례는
지금까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예외도 존재합니다.
게임규칙과 구성요소의 조합, 즉
게임 UI 저작물성을 인정한 판결이
지난해 처음 나왔거든요.
게임개발사 ‘킹닷컴’에서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에 제기한
소송인데요.
킹닷컴이 개발한 ‘팜히어로사가’를
‘포레스트매니아’가 베꼈다는 주장에
법원이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참조 – 대법원 “게임 제작 의도·표현 방식 유사하면 저작권 침해”)
“피고 게임물은 원고 게임물과 동일한 순서로
게임규칙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
원고 게임물의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의
선택과 배열 및 조합을 그대로 사용했다”
“결국 피고 게임물은 원고 게임물에서
캐릭터만 달라진 느낌을 주고 있다”
이런 대법원의 해석이 나오면서
UI저작권 침해, 즉 표절 주장이
불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당근마켓이 이 판결을 근거로
UI표절을 주장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집중 부각하는 포인트로 활용했습니다.
당근마켓은 해법으로
소송 대신 공론화를
선택했습니다.
겟잇의 출시는 2018년 12월이지만,
업데이트는 2019년 7월에 이루어졌습니다.
이를 발견한 당근마켓은
‘표절’ 의혹을 제기했죠.
“화면 하나하나, 설명 문구까지
토씨 하나 안 다르더군요”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참조 – 당근마켓, 네이버 라인 출시 앱 표절 의혹 제기)
당근마켓은 본인들의 UI를
디자인 등록한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디자인권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당근마켓이 말한 ‘표절’은
‘저작권 침해’로 짐작됩니다.
화면이나 설명이
거의 동일, 유사하다는 말도
전형적인 저작권 침해 주장이죠.
라인 측에서는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출시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나왔듯이 UI 저작권이
인정되는 사례가 극히 드무니까요.
하지만 당근마켓은 이를 공론화해서
라인, 즉 네이버를 곤란한 상황으로
몰고 갔습니다.
(참조 – 당근마켓 “소송 안해” vs 라인 “표절 아냐”)
당근마켓은 소송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거대 기업의 횡포라는
프레임을 부각시켰죠.
(참조 – 당근마켓에게 정말 속상한 일이 생겼어요.)
라인 측은 잘 방어하면서도
불리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라인의 모기업인 네이버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결국 라인은 엡 구성을 완전히 바꾸면서
한 발 물러나게 됐습니다.
(참조 – 표절 아니라더니 1주일만에 앱 갈아엎은 네이버 라인)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항상 ‘소송’이 정답은
아닙니다.
다양한 법적 문제를 미리 예상해서,
권리를 보호 받을 방법들을
사전에 준비한다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기는 힘들다보니
권리 침해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소송으로 대응하는 것이
꼭 현명한 방식은 아닙니다.
당근마켓의 경우, 디자인권을
사전에 등록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포착했습니다.
그러나 UI 저작권 행사가
불리하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적인
내용증명 발송이나 소송 대신,
‘표절’ 여론전을 펼쳤죠.
그 결과 상대방이 침해를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앱 구성을 바꾸게 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나아가 당근마켓 인지도를
대폭 올릴 수 있었고,
이 덕분은 아니겠지만
투자유치도 이끌어냈습니다.
(참조 – ‘당근마켓’, 400억원 투자 받았다)
당연히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보다는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두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이미 소를 잃었다면,
당근마켓의 방식을 복기하며
눈여겨볼 필요는 있습니다.
소송은 항상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을
명심하면서 말이죠.
*강정규님의 다른 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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